기담 수집가

from Books & Movies/Books 2009/09/20 20:33
기담 수집가 - 6점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레드박스

[기담 수집가]는 일본의 오타 다다시(太田忠司)가 쓴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괴이한 이야기가 보고 싶어 이 책을 샀는데 처음엔 적잖이 실망했다. 책을 절반 넘게 봤을 때의 느낌은 이러했다.

"이거 실망인데. 기담 수집가가 아니라 기담 파괴자잖아."

소설은 현실이 아니라 공상의 산물이다. 그 공상은 장르에 따라 현실적인 세계관을 갖기도 있고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갖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기담은 비현실적인 세계관의 영역에 머물러야 제 맛이다. 그런데 [기담 수집가]에서는 무섭고도 기이한 이야기를 실컷 해놓고서,

"그건 너의 착각이야. 사실은 이러하기 때문에 기담이 아니라 현실의 사건이지."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얼마나 김이 빠지는가? 가짜 현실에서 시뮬레이션된 희로애락을 체험함으로써 쾌락을 얻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나는 비현실적인 세계를 공상하는 편이 즐겁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제목부터 [기담 수집가]인 주제에 각 기담의 끝자락마다 논리를 동원해 부숴버린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기담 수집가]에는 반전이 있다. 바로 마지막에 다루는 기담 수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고 보니 앞서 등장했던 여섯 편의 기담은 모두 마지막의 '진짜 기담'을 위한 보조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설득력이 떨어지던 무리한 설정까지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마지막 이야기 한 편에 있다. 그 말은 마지막 이야기 한 편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지루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참고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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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목: 기담 수집가

    Tracked from 愚公移山 2009/09/22 18:12  delete

    기담 수집가 -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레드박스 '기담 수집가'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기담 모음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자신이 겪은 기담을 들려주면 상금을 주겠다는 광고를 본 의뢰인들은 독특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strawberry hill'이라는 바에 있는 에비스라는 남자를 찾아간다. 7명의 의뢰인들은 각자가 겪은 기묘한 경험을 에비스에게 들려준다. 그림자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사연을 들고 온 남자, 거울 속에 갖혀 있던 여인을 만난..

  1. BlogIcon 마래바 2009/09/21 11: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본 괴담은 너무 괴기스럽더군요.. 읽기가 무섭다는..

    • BlogIcon guybrush 2009/09/21 18:35  address  modify / delete

      일본 괴담이 무서운게 참 많습니다. 하지만 [기담 수집가]에는 그리 무서운 이야기는 없어요.

  2. BlogIcon 여울해달 2009/09/23 12: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반전이라... 저도 한 번 읽어봐야 겠네요.
    그나저나 어린시절 주변에 떠돌던 괴담의 대부분이 일본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3. BlogIcon 김용대 2012/01/11 08: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티끌모아 태산

  4. BlogIcon 원숭이 2012/01/12 17: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는말이 고와야 오는말이 곱다